• 2025. 5. 25.

    by. 망고빙수덕후

    식탁을 지배하는 음식 중 하나는 '초가공식품(Ultra-Processed Foods, UPFs)'입니다.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를 달래기 위해 손이 가는 치킨, 과자, 아이스크림, 라면, 냉동식품 등은 간편하고 맛있지만, 정작 우리의 정신 건강에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우울한 기분이 들 때 무심코 찾는 자극적인 음식들이 기분을 잠시 좋게 해주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울감과 불안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호르몬과 음식 간의 연관성과, 초가공식품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겠습니다.

    기분전환용 음식이 오히려 우울증을 부릅니다

    감정과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비밀

    우울할수록 당기게 되는 단 음식, 왜 그럴까?

    우울하거나 불안한 기분이 들 때 본능적으로 달콤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찾는 이유는 세로토닌(Serotonin)과 도파민(Dopamine) 같은 신경전달물질 때문입니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며, 기분을 안정시키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문제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할 때, 이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한다는 점입니다. 이때 고탄수화물 음식이나 초콜릿, 밀가루 음식 등을 섭취하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면서 트립토판(세로토닌의 전구체)이 뇌에 더 많이 전달되어 세로토닌 생성이 증가합니다.

    매운 음식과 ‘기분 전환 효과’의 착각

    캡사이신이라는 매운맛 성분은 통증 수용체를 자극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뇌에서 엔도르핀(endorphin)과 도파민이 분비됩니다. 이로 인해 순간적으로 기분이 좋아지며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를 느끼게 되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인 우울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식욕 폭발’은 감정 기반의 허기(emotional hunger)일 가능성이 높으며, 물을 마시거나 단백질 위주의 간단한 스낵(예: 삶은 달걀, 견과류)으로 대응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가공식품, 정신 건강의 적신호

    초가공식품이란 무엇인가?

    초가공식품은 주로 정제된 설탕, 정제 밀가루, 식물성 유지, 인공 향료, 감미료 등으로 구성되어 원재료의 원형을 알아보기 어렵게 가공된 식품을 의미합니다. 흔히 먹는 냉동식품, 햄버거, 컵라면, 단맛이 강한 시리얼, 탄산음료 등이 해당됩니다.

    초가공식품 섭취와 우울증 사이의 상관관계

    미국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 연구팀은 1만359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24시간 식이조사를 통해 초가공식품 섭취량과 정신 건강 상태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일일 섭취 칼로리의 80% 이상을 초가공식품으로 채운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우울증 발병 위험이 1.81배, 불안 증상은 1.19배 더 높았습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Public Health Nutrition(2022)에 게재되어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염증 반응과 산화 스트레스

    초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인공 감미료와 방부제, 트랜스지방은 장내 미생물 환경을 교란시키고, 만성적인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장은 면역세포의 약 70%가 존재하는 면역기관이며, 세로토닌의 90%가 장에서 합성되기 때문에 장 건강이 곧 정신 건강과 직결됩니다.

    가공식품 섭취 후 유독 피곤하거나 무기력함이 지속된다면, 음식 일기를 통해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특정 식품을 찾아내는 것이 좋습니다.

    우울감 완화를 돕는 식이요법

    세로토닌 생성 돕는 대표 식품

    • 트립토판이 풍부한 식품: 붉은 고기(쇠고기, 양고기), 생선(연어, 정어리), 달걀, 치즈, 바나나, 견과류
    • 복합 탄수화물: 귀리, 현미, 통밀빵 등은 혈당을 천천히 올려 세로토닌 분비를 지속적으로 자극합니다.

    장 건강을 위한 음식

    •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 김치, 요구르트, 청국장, 식이섬유가 풍부한 야채
    • 항염식품: 토마토, 올리브유, 녹황색 채소, 고등어, 견과류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의 중요성

    • 비타민 B12, B6: 도파민과 세로토닌 합성에 필수입니다. 육류, 유제품, 해조류 등에 풍부합니다.
    • 마그네슘: 신경 전달 안정화에 관여합니다. 시금치, 아몬드, 다크초콜릿 등에 들어 있습니다.
    • 아연과 철분: 뇌 기능 유지 및 기분 조절에 중요합니다. 굴, 콩, 렌틸콩, 간 등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문가 팁: 아침 식사에 단백질, 복합 탄수화물, 소량의 지방을 포함시키면 하루 종일 안정적인 혈당과 기분 유지를 도울 수 있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천 전략

    1) 감정 일기 작성하기

    감정 일기는 단순히 기분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 섭취한 음식과 그로 인한 기분 변화까지 함께 적어보는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예: "오후 3시, 기분이 무기력해서 초콜릿바 섭취. 섭취 직후 기분 좋아짐, 1시간 후 졸림과 공허함." 이렇게 기입하면 반복되는 패턴을 인식하기 쉬워집니다. 하루 5분이면 충분하며, 전용 앱(예: Daylio, Moodnotes)을 활용하면 감정-식이 기록이 자동 분석됩니다.

    2) 식사 루틴 만들어 보기

    식사 루틴을 만들 때는 ‘식사 시간 고정’뿐 아니라 ‘식사 전 준비 행동’을 함께 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 식사 30분 전 간단한 스트레칭, 물 한 컵 마시기, 5분 명상 등으로 뇌와 몸에 “이제 식사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줍니다. 특히 아침 식사는 기분 안정에 큰 영향을 주므로, 단백질과 복합 탄수화물을 포함한 정식(예: 달걀+귀리+바나나)을 추천합니다.

    3) 대체 음식 준비하기

    자극적인 음식이 생각날 때 바로 꺼내 먹을 수 있는 ‘마음 대비 식단’을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 매운맛 대체: 고추 대신 고수+강황+커민+레몬즙 혼합 드레싱
    • 단맛 대체: 다크초콜릿(카카오 80% 이상), 구운 고구마, 냉동 블루베리
    • 바삭한 식감 대체: 기름 없이 에어프라이한 병아리콩, 현미 팝콘

    이런 음식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면서도 혈당 안정과 영양을 동시에 챙길 수 있습니다.

    4) 식이상담 병행하기

    단순한 영양 상담이 아닌 '기분 중심 식이요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신과 병원, 심리상담센터, 일부 통합의학클리닉에서 실시하는 우울-불안 식단 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실제 우울증 완화 효과가 입증된 Mediterranean diet(지중해 식단), DASH 식단 등을 개인 상황에 맞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환경) 검사 후, 특정 프로바이오틱스를 처방하는 방식도 새로운 접근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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